바라나시
바라나시에 있었을 때의 일기를 그대로 옮겨 적었습니다. 바라나시에 7일 있었지만 3일 정도만의 일기를 이 곳에 올립니다.
11.29(일)
15(짜이)+20(오믈렛)+12(물)+10(사모사)+15(오믈렛)+12(물)+10(사모사)+40(고돌리아)+55(점심)+20(인터넷)+35(과자)
너무 피곤해서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달린 끝에 바라나시에 도착했다.(21시간을 제너럴 클래스,입석으로 타고 왔다) 도착하자마자 내 눈에 띈 건 사이클 릭샤.(이 전에 남인도에 있었다.)사이클 릭샤가 나로 하여금 여기가 북인도라는 걸 가르쳐주었다.
너무나 피곤해 배낭도 평소보다 더욱 무거웠다.그래도 어찌어찌 지탱해서 겨우 걷고 걸어 구미코 게스트 하우스를 찾았다. 일단 싼 가격이 마음에 들었다.(도미토리 하루 50루피)
여기에 짐을 풀고 바라나시 구경을 갔다. 미로와도 같은 좁은 길. 그리고 ghat.이 두 개가 이 곳이 바라나시임을 알려주었다.
또 한가지 마음에 든 점은 이 곳의 물가다. 내가 있어 본 인도의 어느 곳보다 싼 바라나시의 물가다. 이 곳의 물가를 보자 왜 이곳이 장기여행자들이 오래 머무는 곳인지를 알 수 있었다.
바라나시.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기에 괜찮은 장소이다.
11.30(월)
20(인터넷)+80(점심)+9(콜라)
인도는 친절하지 않다. 그저 무관심. 사람들은 관광객을 돈으로만 여긴다. 그래서 중앙아시아가 그리웠다. 순수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그 곳.친절한 사람들이 그리웠다.
인도는 다양한 문화가 있어 여행하는 즐거움이 큰 나라이다. 그러나 난 아직 스님과의 만남 이 후 사람에게서 나는 향기를 느껴 본 적이 없다. 냉정하고 돈에만 집착하고 이기적인 인도인들을 보면서 솔직히 실망했다.
그런데 문득 내가 왜 실망했나? 왜?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현지 사람들로부터 뭘 기대했기 때문에...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친절함. 순수를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기에 실망한 것이다. 근데 그게 인도인 걸. 그러니까 중앙아시아가 아니고 인도이지. 인도에 오면 받아들여야 하는 그것. 내 기대를 놔 버리고 인도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돼.
사람들은 인도를 생각하면 신비, 철학을 꿈꾼다. 그래서 이 곳에 와 명상을 하고 저마다의 깨달음을 얻어 간다. 그런데 그들은 동남아시아에서는 관광을 기대하고 오직 관광만 하고 간다.
내가 느끼기에 중앙아시아에서도 철학을 할 수 있고, 동남아시아에서도 명상을 할 수 있다.
장소가 중요한 게 아니다. 내 마음이 중요한 거지.
12.1(화)
10(물)+20(인터넷)+45(점심)+10(인터넷)+5(볼펜)+20(과자)+2(세제)+11(우표)+20(과자)+23(anti-mosquito)
인도에선 생명의 원초적인 모습(싸움,죽음,잠)을 생생이 볼 수 있다. 바라나시의 가트는 인도 사람들의 생활 터전이다. 이들에겐 죽음이 친근하다. 타들어가는 시신 옆에서 차이를 마시고 담소를 나눈다. 어린 아이들은 그 옆에서 수영을 한다. 이들에게 장례식은 일상인 것이다.
-화장을 보며 느낀 점.(그 당시 감정을 있는 그대로 썻기 때문에 뒤죽박죽입니다. 양해 바랍니다)
시체는 도포에 덮이고 그 밑,위로 장작을 덮는다. 그리고 불탄다.
시체가 타서 뼈의 형체만 남아있다. 밑에 살과 가죽이 붙은 발은 이 분이 몇 시간 전에 육신을 가진 인간이었음을 말해준다.
인간의 몸도, 그 피부와 내장, 맑은 눈도 타니 고목과 같이 되어버리는구나.
정신이 혼미해진다
육신은 연기가 되어 하늘로 사라진다. 무심한 장의사는 육신을 깨끗이 태우기 위해 육신을 고목마냥 다룬다.
솔직히 끔찍하단 생각도 들고, 잠시 속이 울렁거리기도 한다.
타던 시체를 싼 헝겊을 벗기니 시신의 얼굴이 보인다. 다 타버린 육체와 달리 멀쩡이 남아있는 얼굴. 그 기묘한 부조화.
-사진은 제 것이 아니라 동행이었던 신승호 형님의 사진입니다
해질 무렵의 갠지스강 바라나시엔 워터 버팔로가 많다. 그 앞엔 빨래하는 인도인들이 있다. 인도에서 아직도 빨래는 천한 일이라 여겨진다고 해 계급 낮은 사람들이 빨래를 담당한다 혜나를 해주는 인도여인 갠지스에서 목욕하는 사람들. 인도 최고의 라씨 샵. 블루 라씨 뭄바이의 도비 가트 같은 느낌을 준다. 갠지스에 자기 소망을 담은 초를 띄우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는데.... 피사의 사탑 같이 기울은 사탑. 그래도 아직까지 안 남어지고 용케 버티고 있다. 바라나시 야경 끝없이 이어지는 바라나시의 가트들. 아까 혜나를 해준 여인. 이쁘죠? 아 나한테 해 준 게 아닙니다. 파키스탄이나 인도에서 혜나는 여성들만 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