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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9. 11. 00:19 내게 삶이란/diary

200811일 아침, 나는 중국 칭따오의 겨울해변에 있었다. 중국부터 이란까지, 다시 이란서부터 지금 이곳까지 육로로 오는 긴 여행을 하고 난 후 마지막 종착지가 바로 이 곳 칭따오였다. 참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환대를 받으며 여행했고, 처음 보는 아시아는 사진에 담기엔 너무나 거대했고 황홀했다. 이 바닷길을 따라 해변을 걷는 동안, 태양이 나에게 빛을 비추고 있었다. 옆으로 옆으로 가도, 바다를 건너 온 태양빛은 내가 가는 길을 비춰주었다. 그 때, 세상은 내게 열려있었다.


201411, 프로그램 100회 특집을 마치고 나는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냈다. 더 이상 무언가를 더 만들 수 없을 정도로 난 지쳤다. 힘들 거라는 걸 각오하고 들어갔지만 현장은 상상 이상이었다. 많은 고통이 있었고 더 이상 달릴 힘이 내겐 남아있지 않았다. 언젠가 나아질 거란 기다림은 기다리는 힘을 마모시켰다. 사표를 내고 난 다시 긴 여행을 떠났다.


 지난 6년간 많은 꿈을 꿨고 가보고 싶은 것도 많았고 되고 싶은 것도 많았다. 그 많은 꿈을 이루면서 살아왔다고 생각했지만 그 과정이 행복하지는 않았다. 피디라는 명함을 얻고 돈을 받기는 했으나 내가 한 일과 내가 받은 고통에 비함 그건 약과였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건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일이 시도때도 없이 일어나고 거기서 난 무언가를 선택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그런 선택은 큰 고통이었다. 앞이 하나도 안 보이는 상황에서 한 수, 한 수를 둬야 했고 선택할 당시에는 그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오는 지를 전혀 알지 못했다. 가능하면 모든 경우의 수를 껴안고 가고 싶지만 시간과 상황이라는 괴물은 나를 극단의 상황으로 몰아갔고 난 배제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결과는 나중에 편집실에 와서야, 혹은 방송이 나가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예민했던 나는 내가 무엇을 실수했는 지를 너무 잘 알기에 방송이 나가는 동안 너무 괴로웠다. 나름 착하고 성실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지만 너무나도 많은 시련이 내게 주어졌었다. 난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


 욥기에 나오는 것처럼 신의 뜻인지 아니면 운명인지, 혹은 인연인지 알고 싶었지만 난 그 이유를 끝내 알 수 없었다. 사후에 이런 저런 연결고리를 이어서 의미를 만들 수는 있지만 그게 앞으로도 지속될 거라는 확신은 없었다. 그저 상황은 주어졌고 난 거기에 대항해서 싸워야 할 뿐이었다. 아시아 여행을 할 때, 난 많은 사람들에게 초대를 받고 잊지 못할 선물을 받고 마음을 받았다. 그 넓은 대륙을 돌아다니면서 별 사고도 없었다. 그저 운이 좋다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반대로 내가 한국에서 일을 할 때 나는 잘못된 만남으로 인해 너무 큰 대가를 지불하고 나와야만 했다. 이 두 개 사이에는 어떤 연결고리도 없었다.

그러나 이런 경험은 적어도 내게 몇 가지 시사점을 주었다. 세상 일이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지금도 모르고 앞으로도 알 수 없을 거라는 점이다. 난 그저 최악의 경우를 피하고 또 내 최소한의 기준을 만족시킬 수 있을 정도로 살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내 마음 안의 세계에 대해서라면 너무 큰 기대치는 나나 주변을 황폐화시킨다는 점, 또 내가 간절히 갖고 싶었던 건 결국 만족이었고 또 사랑이었다는 점만을 알게 됐다.


 이제 앞으로 3개월 후면 2015년이 된다. 내가 칭따오에서 세상에 대한 환희를 느낀 지는 벌써 7년이 됐다. 201511일에 내가 한국에 있을지, 어디에 있을지는 나도 모른다. 심지어 내가 일을 하고 있을지, 아니면 계속 취업준비생의 생활을 할지도 전혀 알 수 없다. 나는 잡스가 아니기에 배고프고 바보같은 상태로 계속 전진할 수는 없다. 그저 관계 속에서 행복할 수 있는 삶이 오기를.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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