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투게더에 나왔던 우수아이아.
극 중 창이라는 녀석이 우수아이아를 슬픔을 버리는 곳이라고 얘기했다.
사람들이 바다사자와 더불어 가장 많은 사진을 찍던 그 등대.
그 곳에 가면 내 모든 슬픔이 사라질까?
아니
취업에 대한 내 고민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주민과 여행자에 대한 내 고민은 그 곳에 갔다 한들, 1그램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저 귀를 에는 듯한 바람이 불 뿐이다.
여행을 하면 할수록 여행이 개별적인 체험이란 생각이 든다.
영화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이 곳을 오면 감흥에 젖었을 것이다.
그런 환상이 없던 내게 이 곳은 그저 마젤란 해협 근처의 바닷마을
이주민들의 정착촌일 뿐이었다
남미 여행 내내 반복됐던, 그 느낌.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
마치 심시티를 하듯 정확히 구획된 공간.(스페인 식 도시이든, 아니면 여기 파타고니아처럼 신정착지이든)
그건 내 고향 춘천이 개발되는 걸 보면서 느낀 것과 비슷했다.
처음 도로가 깔리고, 직사각형으로 땅이 배분되고, 음식점이 들어서고, 건물이 들어서는.
4단지, 애막골, 그리고 지금 내가 사는 곳에서 반복되는 개발의 역사.
이 곳 우수아이아도 그런 역사를 가지고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차가웠던 공간이었고, 이야기가 미미한 공간이었다
적어도 내게는.
비글해협투어라는 걸 했다. 아침 10시인가 출발. 400페소나 하는 비싼투어.
마젤란 해협을 떠나는 배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 항구는 이렇게 생겼다
사실 이 커플이 이뻐서 찍으려고 했는데 핀트가 나갔네
한국에서 배 촬영할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배가 나서면 새들이 마중 나온다
조금 달려 가면 바다사자 서식지가 나온다
약간 역한 냄새가 올라온다
바다사자와 펭귄?? 비스무리한 동물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여기서는 망원렌즈가 필요했다.
가까이에서 난 개별적으로 녀석들을 볼 수 있었다. 울부짖어대는 소리가 기억에 남는다.
돼지 우리 들어갔을 때 듣던 소리와 비슷.
사자 보고 조금 가다가 한 섬에 내린다
이런 배 타고 왔다
애들이 참 예쁘다.
지구 남쪽 끝은 이런 세계가 펼쳐진다.
바람은 계속 남으로 불 것 같은데
이 방향의 끝은 어디일까?
선명한 가시들. 여기 드나드는 인간을 통해 이 식물은 씨앗을 뿌리겠지.
당시 나는 머리가 길었지.
이게 해피 투게더에 나온 등대이다.
이 끝까지 왔지만 나의 번뇌와 외로움은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그냥 등대인데
영화에서는 꽤 멋지게 표현했었다.
사실 그 장면을 보면서 화양연화에서 양조위가 앙코르와트 사원에서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읖조리는 장면이 생각났다.
이렇게 뽀니 참 쓸쓸한 녀석이다.
이 땅끝에서 누구와도 소통하지 못하고
그저 객체로서 존재해야 한다니.
너는 참 외롭구나.
햇살을 맞아 기분 좋아 보였다.
하긴 이 추운 동네에서
햇살은 축복이겠지.
3시간, 정도 투어하고 오면 끝이다.
아르헨티나는 거리와 도로가 참 잘 구획되어 있다.
여기서도 벽화는 쉽게 볼 수 있다.
내가 남미에 온 건 한국과 다른 이질적인 모습을 보고 싶어서였다.
예측치 못한 일들이 폭죽처럼 터지는 삶의 모험을 원해서 이 땅끝까지 왔건만, 해답은 없었다.
오히려 아시아야말로 다양성과 풍성함의 보고였음을 뼈저리게 각인하게 됐다.
인도만큼 신화와 인간의 모습이 공존하는 땅이 있을까?
다시 봐도 이질적이다. 여긴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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