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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피'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4.12.23 매혹과 반성, 인도
  2. 2014.12.14 우수아이아, 이주민들의 도시.
2014. 12. 23. 20:18 Asia/인도

 돌이켜 보면 살인의 추억은 믿음에 관한 영화였다.

 

직감을 믿고 행동하는 박두만.(내 눈 봐봐. , 내 눈깔은 못 속여요. 등등..... 대사에서 확인 가능)

 

서류를 믿고 행동하는 서태윤(보세요. 서류는 거짓말 안 한다니까요)

 

이 둘은 연쇄살인이라는 한 사건에 대해 각자의 믿음에 따라 다른 행동방식을 취한다.(경험에 따라

 

범인을 무모증이라고 단정하고 목욕탕을 전전하던 박두만, 증거와 서류에 따라 범인의 행동동선을 체크하

 

는 서태윤)

 

그러나  자신의 경험과 믿음만으로는 감당하기엔 사건은 벅차다.

 

이 둘은 서로 혐오하던 방식을 서서히 받아들인다. 끝내 범인의 실마리를 잡는 듯 했으나

 

 그 융화된 믿음조차 종국에는 처참한 현실에 의해 산산히 흩어진다.

 

 

 대학교 1학년일 때 이 영화가 나왔다. 좋아할만한 장면이 참 많은 영화였다. 그 당시에는 머

 

리에 남는 잔상에 따라 좋아하는 씬만 반복재생했었다.

 

 그런데 10년 후 이 영화를 다시 보니 다른 점들이 보였다. 앞에서 믿음에 따라 살인의 추억을 해석한 건

 

10년 전과 달리 영화를 보는 시선에도 내 경험이 투영되어서겠지.

 

 폭발하는 젊음, 가도 가도 끝이 없던 신세계, 여행은 내게 발견의 기쁨과 경이로운 세상으로 접속할 수 있

 

게 해주는 키워드였다.

 

인도, 미얀마, 이란, 중앙아시아. 이 곳에서 나는 조건 없이 베푸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우리 나라였으면 국보급으로 꼽히고 박물관에 진열되 있을만한 유적들이 이 나라들에는 도처에 널려 있었다.

 

그래서 더 세상에 마음을 열고 다가갈 수 있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언제 새 세계가 펼쳐질 지 몰라. 이러면서.

 

그러나  내 믿음은 멕시코에서 산산히 부숴졌다.

 

그건  한 세계가 부숴지는 아픔이었다.

 

비단 멕시코의 일 뿐 아니라 중남미를 여행하면서 나는 여행자애갠 근본적인 언어의 한계가 있음을 통감했

 

다.

 

중남미에서 나는 결국 현지인들과 친해질 수 없었다. 전의 글에서도 썼지만 중남미를 여행하면서 나는 아시

 

아를 여행하면서 느꼈던 노스탤지어, 향수의 느낌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위험한 세상은 나를 계속 게스트

 

하우스 안으로 몰아넣었다. 아시아에서 언어의 힘 없이도 진심이 있다면 서로 소통할 수 있다고 느꼈다.

 

 말은 하나도 통하지 않았지만 중앙아시아, 이란에서 나는 무수한 초대를 받았었다. 더불어 참 많은 환대를

 

받았었다.

 

그러나 중남미에서는 아니었다. 외지인들이 와서 다 때려부수고 스페인화 도시를 연달아 세운 이 나라의 역

 

사 때문일까? 아니면 그냥 그게 내 팔자였을까?

 

뭐, 알 수 없다. 이런 나와 달리 중남미를 아시아보다 더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 사람들은 중남미야말

 

로 천연자연의 보고, 엘도라도라고 믿고 있다. 누가 맞다고 얘기할 순 없다. 모든 여행은 개별적인 체험이

 

니까. 

 

 그들의 믿음과 나의 믿음, 둘 다 하나가 절대적으로 맞다고 우길 수는 없다.

 

 살인의 추억에서 결국엔 서태윤과 박두만 둘 다 틀렸듯이.

 

 

여기까지 잡설이었다.

 

열심히 공부하다 인도 생각이 나서 잠깐 사진을 보다가 믿음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나를 매혹시켰던 인도에서의 여정. 행복한 추억.

 

소형 캠코더 하나만 가지고 다큐 찍겠다고 아시아 전체를 유랑하던 날들.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시간.

 

다시 인도를 간다고 해도 그와 같은 경이로운 체험을 쌓지는 못할 거야.

 

 첫 사랑은 지나갔다.

 

 

 

 

   

 

  

 

 

 

 

 

 

 

 

 

 

 

아잔타 말고 힌두교 석굴인데 이름을 까먹었다. 참으로 경이로운 유적지었다

 

 

 

 

 

 

 

 

슬럼톡 밀리어네어에 나오는 추후 해변.

 

외지인들의 관광지가 되버린 칸쿤도 좋지만 현지인들의 바다인 이 더러운 바다가 나는 더 정감이 갔다.

 

 

 

20대의 나.

 

함피.

 

독특한 양식의 힌두교 신전들.

 

중남미와 인도의 가장 큰 차이점은 종교가 생활 안에 침투되어 있는 정도였다. 중남미의 카톨릭 또한 종교적인 의식을 엄격히 따랐지만 인도처럼 종교가 생활 안으로 들어 와 있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인도에서 종교는, 신은 생활 안에 인간들과 같이 생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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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꿈꾸는 카메라
2014. 12. 14. 01:16 latin america/아르헨티나

 

 

 해피 투게더에 나왔던 우수아이아.

극 중 창이라는 녀석이 우수아이아를 슬픔을 버리는 곳이라고 얘기했다.

 사람들이 바다사자와 더불어 가장 많은 사진을 찍던 그 등대.

그 곳에 가면 내 모든 슬픔이 사라질까?

 

아니

취업에 대한 내 고민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주민과 여행자에 대한 내 고민은 그 곳에 갔다 한들, 1그램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저 귀를 에는 듯한 바람이 불 뿐이다. 

여행을 하면 할수록 여행이 개별적인 체험이란 생각이 든다.

 

영화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이 곳을 오면 감흥에 젖었을 것이다.

그런 환상이 없던 내게 이 곳은 그저 마젤란 해협 근처의 바닷마을

이주민들의 정착촌일 뿐이었다

 

남미 여행 내내 반복됐던, 그 느낌.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

 

마치 심시티를 하듯 정확히 구획된 공간.(스페인 식 도시이든, 아니면 여기 파타고니아처럼 신정착지이든)

 

 그건 내 고향 춘천이 개발되는 걸 보면서 느낀 것과 비슷했다.

 

처음 도로가 깔리고, 직사각형으로 땅이 배분되고, 음식점이 들어서고, 건물이 들어서는.

 

4단지, 애막골, 그리고 지금 내가 사는 곳에서 반복되는 개발의 역사.

 

이 곳 우수아이아도 그런 역사를 가지고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차가웠던 공간이었고, 이야기가 미미한 공간이었다

 

적어도 내게는.

 

 

비글해협투어라는 걸 했다. 아침 10시인가 출발. 400페소나 하는 비싼투어.

 

마젤란 해협을 떠나는 배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 항구는 이렇게 생겼다 사실 이 커플이 이뻐서 찍으려고 했는데 핀트가 나갔네

 

한국에서 배 촬영할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배가 나서면 새들이 마중 나온다

 

조금 달려 가면 바다사자 서식지가 나온다 약간 역한 냄새가 올라온다

 

바다사자와 펭귄?? 비스무리한 동물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여기서는 망원렌즈가 필요했다.

 

 

가까이에서 난 개별적으로 녀석들을 볼 수 있었다. 울부짖어대는 소리가 기억에 남는다. 돼지 우리 들어갔을 때 듣던 소리와 비슷.

 

사자 보고 조금 가다가 한 섬에 내린다

 

이런 배 타고 왔다

 

애들이 참 예쁘다.

 

지구 남쪽 끝은 이런 세계가 펼쳐진다. 바람은 계속 남으로 불 것 같은데 이 방향의 끝은 어디일까?

 

선명한 가시들. 여기 드나드는 인간을 통해 이 식물은 씨앗을 뿌리겠지.

 

당시 나는 머리가 길었지.

 

 

이게 해피 투게더에 나온 등대이다. 이 끝까지 왔지만 나의 번뇌와 외로움은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그냥 등대인데 영화에서는 꽤 멋지게 표현했었다. 사실 그 장면을 보면서 화양연화에서 양조위가 앙코르와트 사원에서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읖조리는 장면이 생각났다.

 

 

 

이렇게 뽀니 참 쓸쓸한 녀석이다. 이 땅끝에서 누구와도 소통하지 못하고 그저 객체로서 존재해야 한다니. 너는 참 외롭구나.

 

 

햇살을 맞아 기분 좋아 보였다. 하긴 이 추운 동네에서 햇살은 축복이겠지.

 

 

3시간, 정도 투어하고 오면 끝이다.

 

아르헨티나는 거리와 도로가 참 잘 구획되어 있다.

 

여기서도 벽화는 쉽게 볼 수 있다.

내가 남미에 온 건 한국과 다른 이질적인 모습을 보고 싶어서였다. 예측치 못한 일들이 폭죽처럼 터지는 삶의 모험을 원해서 이 땅끝까지 왔건만, 해답은 없었다. 오히려 아시아야말로 다양성과 풍성함의 보고였음을 뼈저리게 각인하게 됐다. 인도만큼 신화와 인간의 모습이 공존하는 땅이 있을까? 다시 봐도 이질적이다. 여긴 참.

posted by 꿈꾸는 카메라